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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작성자
lawfirmhaein
작성일
2023-07-18 10:27
조회
1377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의 의미 /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 제32조 제3항근로기준법 제4조제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 대법원은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하 ‘1989년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이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된다. 이러한 집단적 동의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본질적 기능과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③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유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④ 단체협약은 법률보다 하위의 규범임에도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의하여 발생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침해하여 행해진 인사처분을 무효라고 보았고, 다만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유연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동의권 남용 법리를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는 단체협약보다 상위 규범인 법률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유효성이 확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정성이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끼치는 폐해 역시 적지 않았다.

⑥ 종전 판례의 해석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

(나)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석준의 별개의견]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적용하여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에도 대법원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왔는데, 현재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의 개정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하는 규정은 도입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1989년 근로기준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판례가 확립해 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② 대법원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에 근본 취지가 있고,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기준법의 법이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변경하려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지 않고 관련 법령의 변화 및 그 취지를 반영하거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다른 근로조건의 변경을 반영하는 경우 등 변경할 내용의 타당성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 그야말로 누가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 권한을 굳이 제한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러한 변경에 대해서까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③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는 법리를 예외 없이 관철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을 근로관계에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법문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고 폐기할 수 있는 법리도 아니다.

④ 대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더라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기는 하나 그와 같이 변경하게 된 경위와 동기, 내용,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변경된 내용의 타당성을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어 굳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나 기득권 보호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볼 수 없는 사안들이었다. 오히려 위 사례들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정의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에도 반한다.

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 왔으며 상당한 기간의 사례 축적을 통하여 현재 재판실무상 위 법리의 폐기 여부가 문제 되는 사안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리 적용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